피해호소인 A(이하 A)의 대리인 Duckling Hyeon이 사용하던 트위터 아이디 @Ducklingshch92가 어제 정지되었습니다. 트위터에서는 여러 번에 걸쳐 스팸 신고를 받으면 계정이 정지됩니다.
21일 오후 4시 경 Duckling Hyeon은 @Ducklingshch92계정을 통해
“”다함께•대학문화 성폭력 사건으로 명명된 사건에 대해” [양쪽의 이야기로 판단해주시길 호소드립니다] http://inqu.tistory.com/5”
라는 글을 게시했습니다. Duckling Hyeon이 자신의 계정이 정지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22일 새벽이었습니다. 고작 8~9시간 만에 사건의 해명을 위해서 만들었던 계정이 사라진 것입니다. 글을 읽어보기 위해 관심글로 지정해두었던 많은 사람들의 favorite목록에서도 그 글은 사라졌습니다.
단지 양쪽의 말을 모두 듣고 판단해 주기를 호소했을 뿐입니다. 그 글에는 사건을 폭로했던 B(이하 B)에 대한 사적 정보가 들어가 있지도 않았습니다. 대체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이지만, 저희는 그 사람들이 매우 폭력적이고 비민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트위터 등에서 사건이 왜곡되어서 이야기 된 규모에 비해서는 정말 작고 짧은, 그저 단 하나의 글이었습니다.
대체 이런 식으로 호소를 막는 것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것입니까?
이것이 무슨 “피해자 중심주의”입니까?
사건을 폭로한 B에게도 이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일입니다. 한 쪽의 이야기만 제공되고 다른 쪽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면, B의 말에 더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도 그럴 기회를 빼앗기게 됩니다. 양쪽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공정하게 판단하게 하는 것이 마땅히 옳으며, A에게도 B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개념이 단순히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의 말을 100% 신뢰하고, 가해자로 지목된 쪽의 이야기는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반인권적인 “피해자 중심주의”라면 이미 그것은 더 이상 “피해자 중심주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건이 불거진 이후, 저희는 계속해서 이런 방식의 “피해자 중심주의” 적용이 온당하지 못하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물론 성폭력 사건이 실제로 발생하였을 때, 피해를 호소하는 쪽을 부당하게 의심해서는 당연히 안 될 것입니다. 그러나 가해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주장 역시 발화될 권리가 있어야 합니다. “피해자 중심주의” 는 “무죄 추정의 원칙”과 따로 가서는 안 됩니다. 혐의가 밝혀지지 않았을 때, 단지 피해호소인의 주장만으로 가해를 단정짓고 논의를 출발하는 것은 “피해자 중심주의”가 아니라 무지막지한 폭력입니다. 우리는 이전에 “서울대 사회대 성폭력 사건”에서 비슷한 부당함을 목도했었습니다. 그런데 왜 또 같은 문제를 반복해야만 하는 것입니까?
더욱이, A 역시 피해호소인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B 뿐만 아니라 A 역시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A는 심각한 수준의 성추행을 당했다고 호소하고 있으며 이 경우 다수의 목격자까지 존재합니다. 그런데 어째서 A의 주장은 입이 막혀야 합니까? 트위터에 링크를 올렸던 글에서 A의 대리인은 단순히 B의 주장에 모순점이 있다는 사실만 밝혔을 뿐입니다. B의 주장에 모순점이 있다는 사실조차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그것은 더 이상 B에 대한 정당한 지지라고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비민주적이며 폭력적입니다. ‘일상적 파시즘’이라는 개념을 적용하면 파쇼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행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껏 공방이 진행되면서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에게는 그 사람이 무엇을 주장하던 말하는 입을 가격하는 방식의 폭력적인 “피해자 중심주의”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 정황증거에 대해서 언급하면, B측에서는 “피해자가 말할 수 없게 입을 막는다”, “침묵을 강요한다” 등으로 반응해 왔습니다.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정말 “입을 막고”, “침묵을 강요하는” 것은 바로 지금 같은 상황입니다.
트위터의 @Ducklingshch92 계정이 스팸 신고로 정지되기 전에도, Duckling Hyeon은 사건에 대해 주장하기 위한 ‘소영’이라는 이름의 계정을 운영했습니다. 물론 마찬가지로 글을 몇 개 올리자마자 계정은 스팸 신고로 정지되었습니다. 계속해서 입을 얻어맞는다고 해도 억울함에 대해 말하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기에, 저희는 세 번째 계정을 만들었습니다.
아픕니다.
B측에서 먼저 공개적으로 폭로를 했기 때문에, B 측은 ‘진술관계가 어긋나는 말’을 마음껏 인터넷 상에 해도 되고, A 측은 그럴 수 없다는 것입니까? 이런 문제에서 언제부터 선취가 중요했던가요? 말을 할 권리는 양쪽 모두에게 있어야 합니다. 당연히 말을 들을 권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피해호소인의 호소를 진지하게 듣되,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문제에도 우리는 섬세하게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부디 침묵을 강요하지 말아주십시오. 그리고 양쪽 모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2013년 2월 22일,
피해호소인 A의 대리인 Duckling Hyeon, 진상규명을 위한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