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5일 ‘피해자 지지모임’이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AlltogetherSV)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 대해서 ‘진상규명을 위한 모임’은 다소간 당혹스러웠습니다. 이 성명을 읽으면 마치 진상조사 논의가 ‘피해자 지지모임’(이하 피지모임)을 배제하고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무도 피지모임과 황 모씨 측을 배제하지 않았고 결정된 사항도 아무 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3월 8일 시위 이후 3.8 기획단의 활동이 사실상 종료됨으로서, 다른 차원의 논의가 더 많은 시간을 들여 필요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희는 대체 이 성명이 무엇에 대해 항의하고 비판하기 위해 작성된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2012년 11월, 황 모씨가 2011년 7월에 시립대학교 대학문화 교지편집위원회 MT에서 성폭력이 있었다는 폭로를 했습니다. 가해당사자로 지목된 정 모씨는 가해사실을 전면 부정하며 계속해서 억울함을 호소해 왔으나 전혀 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히려 정 모씨는 황 모씨에게 2011년에 성폭력 피해를 당한 바가 있으며, 피해자가 가해자로 전치된 상황에서 큰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피지모임은 성명을 통해 “피해당사자와의 협의를 통한 사건 해결이라는 원칙을 지킬 것을 요구합니다” 라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알고 있듯이 진상조사는 피해호소인과의 협의가 없으면 당연히 불가능합니다. 당연히 진상조사는 피해호소인과 가해지목인 양측의 협의가 있어야만 가능한 사안입니다. 그 이전에도 우리는 진상조사를 하려고 함께 노력했습니다. 피지모임과 황 모씨도 시립대학교 총학생회 측에서 시립대학교 양성평등센터에 이 문제를 가져갔었던 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정 모씨 측도 황 모씨 측도 모두 진상조사를 할 용의가 충분히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정 모씨 역시 진상조사에 협조하기 위해 몇 번에 걸쳐 시립대학교 양성평등센터를 찾아갔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 시립대학교 양성평등센터가 무죄를 주장하는 정 모씨의 의견을 묵살하고 정 모씨를 가해자로 간주한 상태에서 조사를 진행하려고 해서 문제가 되었습니다. 즉, 진상조사를 행하는 주체의 공정성이 문제가 되었던 것입니다.
이 진상조사가 진행중일 때 황 모씨와 피지모임 측에서는 절차에 대한 어떤 항의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 진상조사를 의뢰한 주체는 시립대학교 총학생회였고 정 모씨와 황 모씨 사이의 협의에 따라 주도적으로 진행된 게 아니었음에도 말이지요. 오히려 피지모임은 정 모씨 측에 진상조사에 어서 응하라고 촉구했었습니다. 우리 역시 절차에 대한 어떤 불만도 없었으며, 단지 공정성 문제 때문에 진상조사에 응할 수 없음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그때도 지금도 공정하게 진상조사를 진행해 줄 주체만 있다면 정 모씨는 얼마든지 진상조사에 응할 의사가 있습니다. 이때의 기억이 여전히 뚜렷하게 남아있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피지모임의 요구는 정말 당황스럽습니다.
3.8 기획단은 한국의 운동사회에서 공인되었다고 누구라도 인정할 수 있는 주체입니다. 당사자 정 모씨도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다함께 측에서 진상조사를 의뢰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우리는 매우 기뻤습니다. 우리는 이 과정이 전혀 어색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피지모임과 황 모씨 역시 공인된 주체로부터 진상조사를 받으려는 용의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오히려 고려해야 할 부분은 3.8 기획단이 진상조사를 해 줄 용의가 있는지 여부였고, 3.8 기획단이 진상조사를 진행해 줄 의사가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 난 이후에 피지모임과 황 모씨에게 진상조사의 의사를 최종 확인하는 것도 전혀 부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양 측 당사자와 조사 주체, 3자 간의 합의 자체가 중요하지 그 합의를 행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정해진 순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진상규명을 위한 모임’은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진상조사를 하기로 했다는 내용으로 오해했고, 그 때문에 진상조사를 환영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성명을 올리고 나서 반나절 남짓 지났을 때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항의가 들어왔고,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글을 지우고 나서 성명이 올라갔던 글과 같은 주소(http://inqu.tistory.com/8)에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우리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사과문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문제가 피지모임을 불쾌하게 했다면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우리의 잘못입니다. 그점에 대해서는 3.8 기획단, 다함께, 피지모임을 비롯해 관련한 단위 및 사람들에게 모두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이 문제가 사실이라고 생각했던 우리는 피지모임도 우리와 같이 진상조사를 환영하는 마음일 거라고 생각하여, 큰 불쾌감을 느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사실이 아니었지만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공정한 진상조사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쪽도 이의가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다함께 측에 썼다고 하는 항의 공문을 보고 우리는 매우 의아했습니다. 다함께 측은 정 모씨와 황 모씨에게 진상조사를 받도록 하기 위해서 노력한 것입니다. 왜 그것이 항의성명을 써야 할 문제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피지모임도 이 진상조사를 간절히 바라고 있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논의가 시작된 것을 환영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3.8 기획단은 해산한 상태이지만 기획단에 소속되었던 단체들 중에서는 이 진상조사 건에 대해 고려 중인 곳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피지모임의 구성원 분들이 공정한 진상조사를 함께 촉구해 주기를 호소합니다.
당사자끼리 합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 자체에 대해서는 충분히 동의합니다. 그러나 피해호소인 정 모씨의 대리인인 Duckling Hyeon은 황 모씨의 대리인 류한수진에게 전화와 메시지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접촉하려고 했으나 모두 거부당했습니다. 대리인끼리의 협의 대신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인터넷을 통한 허위사실 유포와 마녀사냥이었습니다. 그 결과 피해호소인 정 모씨는 일상적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접촉을 거부하는 피지모임을 신뢰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고, 사건을 법정으로까지 가져가게 된 것입니다. 저희 역시 고소라는 수단까지 나아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접촉이 거부당한 결과 억울함을 해명하기 위해 강제된 것입니다. 만약 피지모임 측에서 지금이라도 접촉을 재개하기를 원한다면 지금까지 접촉을 거부해서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반성적 평가와 해명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아무런 해명 없이 ‘당사자끼리 해결하자’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신뢰가 회복되지 않습니다. 해명도 반성도 없는 상태에서 이런 식의 황당한 성명이 나오는 것은 오히려 신뢰를 더욱 잃어버리게 할 것입니다.
진심으로 이 사건이 빠른 시일내에 잘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2013년 3월 26일
진상규명을 위한 모임